대부분의 사람들은 온천을 단순히 몸을 풀고 피로를 푸는 장소로 여긴다. 그러나 《온천, 천탕천색의 매력에 몸을 담그다》는 전혀 다른 시선에서 온천을 바라본다. 이 책은 온천의 본질을 과학적으로 탐구한 책이다. 어렵지 않게 서술되어 있어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더불어 국내의 좋은 온천들도 함께 소개하고 있어서 실용적이기도 하다. 이 글에서는 책을 바탕으로 온천의 과학적 원리와 온천수의 효능과 성분, 국내 온천의 가치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1. 온천, 과거 지질시대의 산물이라는 사실
'온천이 과거 지질시대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놀랍다.
생각해보면 정말 신기한 일이 아닌가? 그저 물이 좋아 찾아가는 온천이 생각지도 않았던 과거의 지질시대와 관련이 같다니…… p.33
특히 중생대에 형성된 화성암이 온천의 근원이 된다는 점이 흥미롭다.
중생대가 온천과 관계가 깊은 이유는 바로 이때 생긴 화성암 때문이다. p.37
화성암은 마그마가 식으며 만들어지는 암석으로, 화강암과 현무암이 대표적이다. 이는 온천수가 지표로 솟아오르는 통로 역할을 한다.
이처럼 온천은 지질학적 활동의 결과물로서, 우리가 온천수에 몸을 담그는 순간, 수억 년 전 지질활동의 흔적과 맞닿게 되는 것이다.
2. 온천수의 화학 성분, 그 효능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책은 온천수 속 성분들을 화학적 관점에서 설명한다.
황, 마그네슘, 나트륨, 칼슘, 탄산수소이온 등의 무기질이 온천수마다 다르게 존재하며, 이 성분들이 신체에 미치는 생리학적 영향을 다룬다.
단순하게 물이 좋아서 온천을 가기보다는 온천수의 분명한 화학적 작용 원리를 알고 가면 더 즐겁지 않을까. 온천은 저마다 품고 있는 화학 성분이 다르고, 그 성분들에 따라 온천의 성격이 다르고, 우리 몸에 작용하는 기저도 다르다. p.116-117
진정한 온천의 효능은, 온천이 품고 있는 화학적, 물리적 성분을 직접 온천수에 들어가 받아들이고 몸을 건강하게 하는 데 있다. p.86
온천은 일종의 ‘자연에서 제공되는 복합 화학 치료 공간’이라는 관점은 이 책만의 핵심 메시지다. 이 내용을 통해, 온천 효능의 근거를 ‘감성’이 아닌 ‘이론’으로 이해할 수 있다.
3. 국내 온천, 과소평가된 과학적 자산
전국 곳곳에 이런 훌륭한 온천들이 많은데,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개탄스럽기 그지없다. 우리나라 온천은 보잘것없다는 편견은 이제 좀 거두었으면 좋겠다. 정말로 좋은 온천이 많이 있다. p.127
책은 국내 온천 자원에 대한 역사와 더불어 우리의 무관심과 오해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한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도 다양한 화학 성분을 지닌 온천이 있으며, 각 지역별 온천의 성격과 효능이 다르다.
‘온천 관광’이 아니라 ‘온천 과학문화’로서의 가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대로 알고 즐길수록 온천은 더욱 실용적이고, 삶에 밀접한 건강 자원이 된다.
4. 온천의 신선함이 가장 중요한 이유
마지막으로, 저자는 온천수의 성분도 중요하지만 ‘신선도’가 핵심이라고 말한다.
온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성분 이전에 신선함이라는 뜻이다. 신선한 온천수만이 몸속에 들어와 화학반응에 가담하여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해줄 재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p.199
화학반응에 가담하려는 전자가 풍부한 '환원 상태'의 온천수가 신선한 온천수이다. 온천수 속 이온들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산화되거나 분해되거나 고형물로 침전되고 난 '산화된 상태'를 온천의 노화(열화)라고 한다. 열화된 온천은 그 효과가 감소하니 신선도가 생명이라는 것이다.
5. 과학을 알면 온천이 더 재밌어진다
나는 항상 사람이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해왔는데, ‘사람 참 별 것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겨우 몇 가지 원소로 만들어진 몸이라니, 그것도 흙과 별로 다르지 않은 성분들로. 그런 몸으로 천년만년이나 살 것처럼 아등바등하고 있으니 어찌 몸이 피곤하고 힘들지 않겠나 싶어서 욕심만 내던 마음이 몸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p.114
책은 온천의 과학 정보를 전달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람과 자연의 본질적 유사성, 그리고 몸을 돌보는 태도에 대한 사유로 이어진다. 결국 자연의 원리를 따라가며 사는 것이 가장 건강하고 행복한 삶이 아닐까?
마무리하여: 온천의 과학, 삶의 태도까지 바꾸다
《온천, 천탕천색의 매력에 몸을 담그다》는 온천이라는 익숙한 주제를 통해 지질학, 화학, 생리학, 환경과학까지 아우르는 입체적 탐구를 시도한 책이다. 온천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더해지면, 단순한 휴식의 의미를 넘어선다.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온천을 찾을 때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 것이다.
“지금 이 물속에, 수억 년의 시간이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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