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를 여러 번 찾았지만, 그 중에서도 오하라는 늘 조금 특별한 기억으로 남는다. 도심 관광지로 유명한 절들과는 다른 분위기, 조금은 외진 듯한 마을.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을 달려 도착한 오하라는 더욱 고요하고 한적했다.
산젠인(三千院)이란?
산젠인은 일본 교토시 사쿄구 오하라에 위치한 텐다이종(天台宗)의 대표 사찰이다. 헤이안 시대 초기, 텐다이종을 창시한 고승 사이초(最澄)에 의해 창건되었으며, 천 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고찰이다. 산 속에 자리한 정적이고 아름다운 경내로, 사계절 내내 다양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 유명하다.
산젠인 가는 방법
- 주소 : 교토부 교토시 사쿄구 오하라라이코인쵸 540
- 가는 방법 : 교토역 (or시조가와라마치)에서 교토 시영버스 17번 탑승 -> 오하라 정류장 하차 -> 도보 약 10~15분 (소요시간 약 1시간)
입장 정보
- 입장료 : 성인 700엔, 중고등학생 400엔, 초등학생 150엔
- 관람시간 : 09:00 - 16:30 (계절에 따라 변동 가능)
버스를 타고 1시간 남짓. 오하라에 도착하면, 작은 시골 마을 특유의 정취가 반겨준다. 봄이면 벚꽃, 여름에는 신록,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설경까지 계절마다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곳이다.
천천히 걷는 산젠인 가는 길
산젠인은 오하라 마을 중심에서 살짝 언덕을 올라가야 만날 수 있다. 길은 좁고 굽어 있었지만, 걸음마다 이끼 낀 돌담이나 이름 모를 꽃들이 눈을 붙잡았다. 자연스레 발걸음도 느려진다. 사람들의 말소리는 점점 멀어지고, 산속의 바람 소리와 새소리만이 남는다. 마치 사찰에 들어가기 전, 잠시 마음을 가라앉히라는 무언의 안내처럼 느껴졌다.
고요한 정원의 아름다움
매표소를 거쳐 경내로 들어서면 제일 먼저 반겨주는 건 '유세이엔 정원'이다. 이끼로 가득 덮인 땅 위에 놓인 작은 석불들이 인상적인 정원이다. 와라베지조, 아이의 얼굴을 한 듯한 석불들은 웃고 있는 듯도, 눈을 감고 잠든 듯도 하다. 하나하나 바라보다 보면, 묘하게 마음이 놓인다. 바쁜 일상 속에 놓치고 지냈던 평온함이 서서히 되돌아오는 느낌이었다.
경내 곳곳엔 세심하게 가꾼 정원들이 펼쳐져 있다. 유세이엔 외에도 슈헤키엔이라는 정원이 있는데, 여기는 계절의 변화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 늦여름의 녹음도 아름답지만,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가을이라면 어떤 모습일까 상상해보게 된다. 정원의 돌 하나, 나무 하나, 그 배치에도 어떤 뜻이 담긴 것처럼 보인다. 이곳에 그저 잠시 머물고, 바라보고, 숨을 고르는 것으로 충분한 교토 여행이다.
산젠인은 헤이안 시대 초기에 지어져 천 년이 넘는 시간을 버텨낸 곳이지만, 그 세월은 전혀 무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아주 부드럽고 섬세하게, 마음에 스며드는 고요함이 있다. 화랑을 따라 걸으면 나무 바닥이 삐걱이며 작게 울리고, 커다란 창 너머로는 정원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느긋하게 걷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정화되는 듯했다.
산젠인은 관광지 특유의 번잡함이 없어 더욱 좋았다. 관광객이 많지 않아 오랜만에 조용한 시간을 온전히 누릴 수 있었다. 단체 여행보다는, 홀로 혹은 둘이서 조용히 걷기 좋은 곳이다. 이른 아침이나 해가 기울 무렵을 골라 방문하면, 햇살의 결을 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경내에 앉아 마시는 말차 한 잔으로 인해 시간이 더 느리게 흐르는 듯했다.
마무리하며
교토에는 수많은 절이 있지만 오하라의 산젠인은 '쉼'이라는 단어와 가까운 곳이었다. 오래된 사찰이라는 의미를 넘어, 머무는 그 자체로 마음을 다독여주는 공간. 화려한 금빛도, 거대한 불상도 없지만 그 대신 평온함이 있는 곳이다. 언젠가 또다시 교토에 가게 된다면, 나는 다시 이 오하라의 길을 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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