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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흙을 먹는 나날 : 흙과 계절, 그리고 삶의 철학

 

흙을 먹는 나날 : 흙과 계절, 그리고 삶의 철학

 

“제철 재료를 먹는다는 것은 곧 그 계절의 흙을 먹는 것일 터이다.” p.15


미즈카미 쓰토무의 '흙을 먹는 나날 – 열두 달, 계절을 먹고 깨닫고 쓰다'는 이 한 구절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계절 음식을 다루는 요리 에세이가 아니라, 흙과 자연, 그리고 시간을 통해 삶을 배우고 깨닫는 저자의 1년간의 기록입니다. 저자는 흙에서 자란 제철 재료를 먹으며 그 속에 깃든 계절과 자연의 순환을 몸으로 느낍니다. 그러한 경험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현대인이 잃어버린 자연의 리듬과 삶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흙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

 

미즈카미 쓰토무는 가루이자와의 산장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봄에는 새순과 죽순을, 여름에는 싱그러운 채소를, 가을에는 수확의 기쁨을, 겨울에는 흙의 고요 속에서 휴식을 느낍니다. 그는 제철 재료를 먹는 일이 단순히 입맛을 만족시키는 행위가 아니라, 흙에서 태어나고 흙으로 돌아가는 자연의 순환에 동참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책 속에서 그는 이렇게 적습니다.

지금 흙 위에 나와 있는 채소 덕에 정진이 생생하게 다가온다. p.15


흙에서 나온 음식을 먹으며 매일의 식사에 정성을 다하는 것이 곧 삶을 정진하는 과정이라고 그는 강조합니다. 저자는 음식을 허투루 대하지 않는 것이 삶의 도(道)를 깨닫는 길이라고 믿습니다.

 

 

자연과의 대화 속에서 배운 삶의 지혜

 

미즈카미 쓰토무의 글에는 흙과 자연, 그리고 시간을 대하는 겸손한 태도가 담겨 있습니다. 그는 자연을 정복하거나 소유하려 하지 않습다. 오히려 자연을 삶의 동반자로 여기며, 그것이 가르쳐주는 지혜를 받아들입니다. 책 속에서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무도 사람과 비슷해서 일한 다음에는 자고 싶어질 것이니 올해는 왜 흉작이냐고 따져 물어서는 안 된다. 올해는 잠시 쉬고 내년에 다시 열매를 많이 맺어 달라며 합장할 수밖에 없다. p.216

 

저자는 나무와 흙이 쉼과 성장을 반복하듯, 사람도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고 말합니다. 흉작의 시기를 탓하기보다 자연의 리듬을 받아들이는 태도는, 조급함에 쫓겨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큰 울림을 줍니다.

또한, 그는 농촌의 삶 속에서 길어 올린 지혜를 존중하며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가난한 농촌 마을에서 숱하디숱한 사람들이 일하면서 얻은 지혜가 실은 천년의 베스트셀러에서 말하는 대로였음을 깨닫는다. p.77

 

농부들이 흙과 함께하며 터득한 지혜는 단순히 음식이나 농사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와 철학에 관한 것입니다.

 

 

매일의 식사를 통해 다져지는 삶

 

미즈카미 쓰토무는 책을 통해 매일의 식사를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일이 곧 자신을 가꾸는 일이라고 강조합니다.

매일매일의 식사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소홀히 하면 그만큼 그날의 ‘도’에 나태함이 생길 것이다. p.234

 

그에게 요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닙니다. 그것은 삶과 자연, 그리고 스스로를 돌보는 행위입니다. 그는 흙에서 얻은 재료를 통해 자연의 선물을 감사히 받아들이며, 매일의 식탁을 소박하지만 정갈하게 차립니다.

특히 봄의 두릅 새순이나 여름의 아카시아꽃, 가을의 매실 절임과 같은 제철 음식들은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계절과 흙이 전해주는 선물로 묘사됩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우리가 당연히 여겼던 음식들이 실은 흙과 자연이 오랜 시간을 거쳐 만든 소중한 결실임을 깨닫게 됩니다.

 

 

삶의 본질을 돌아보게 하는 따뜻한 기록

 

'흙을 먹는 나날'은 요리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그 행간에는 저자의 삶에 대한 철학이 깊이 스며 있습니다. 자연과의 공존, 흙을 통해 깨닫는 삶의 지혜, 그리고 정성을 다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태도는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감동을 전합니다.

현대인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자연의 리듬을 잊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이 책은 자연과 다시 연결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흙에서 자란 제철 음식을 먹고, 그 과정에서 삶의 본질을 돌아보며, 하루를 정성껏 살아가는 것. 이는 단순히 과거의 삶을 그리워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 사회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가치를 되찾는 여정입니다.

 

 

마치며 : 흙과 계절에서 배우는 소박한 행복

 

미즈카미 쓰토무의 '흙을 먹는 나날 – 열두 달, 계절을 먹고 깨닫고 쓰다'는 단순한 요리 에세이가 아닙니다. 이 책은 자연의 속도와 리듬에 몸을 맡기며 살아가는 소박한 삶의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흙과 계절이 주는 선물을 감사히 받아들이는 삶은 단순하지만 충만한 행복을 선사합니다.

책 속에서 저자는 흙과 자연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우리가 잃어버린 자연의 리듬과 소박함을 다시 되찾고 싶다는 마음을 갖게 될 것입니다.

'흙을 먹는 나날'은 삶에 대한 겸손과 감사, 그리고 정성을 가르치는 책입니다. 흙 위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고 싶다면, 이 책은 당신에게 따뜻한 위로와 깊은 깨달음을 선물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