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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살아있는 모든 것에 안부를 묻다 : 자연과의 공존, 그리고 생명의 이야기

 

 

살아있는 모든 것에 안부를 묻다 : 자연과의 공존, 그리고 생명의 이야기

 

 

니나 버튼의 '살아있는 모든 것에 안부를 묻다'는 단순히 자연에 관한 책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자연과 생명을 향한 깊은 경외와 성찰, 그리고 인간과 생명체 간의 관계를 재조명하며, 독자들에게 지구와 공존하는 삶의 방식을 고민하게 만듭니다. 니나 버튼은 생물학적 통찰과 문학적 서술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며, 독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잊고 있었던 "생명의 감각"을 일깨웁니다.

 

자연과 공존한다는 것은 단순히 자연을 보호하거나 관리하는 것을 넘어, 자연에 순응하고 그 흐름을 이해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책은 이러한 철학을 중심으로, 우리가 생명의 역사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를 심도 있게 탐구합니다. 특히, 무위자연(無爲自然), 즉 자연에 거스르지 않고 순응하는 삶의 태도를 강조하며 독자들에게 큰 깨달음을 제공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책의 핵심 메시지를 자연과의 공존이라는 주제로 엮어보고, 저자가 던지는 질문들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겠습니다.

 

 

1. 생명과 지구 : 연결된 감각을 회복하다

니나 버튼은 책의 여러 대목에서 생명체들이 지구와 맺고 있는 본능적이고도 치열한 관계를 언급합니다. 예컨대, 새들은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파악하며, 마치 내비게이션 없이도 지구와 태양을 활용해 이동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새는 어디에 있든 상관없이 위치의 경도와 위도를 알고 있다. (…)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지구에 대한 감각이다. 새는 우리보다 지구와 태양과 훨씬 더 치열하고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었다. p.54

 

이 문장에서 버튼은 새들이 가진 "지구와의 감각"을 언급하며, 우리가 잃어버린 본능적 연결성을 성찰하게 만듭니다. 인간은 점점 더 과학과 기술에 의존하며 자연과 멀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 안에는 생명의 근원과 연결된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생명의 근원을 몸 안에 품고 있다. p.203

 

이 대목은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이며, 생명의 긴 역사 속에서 다른 생명체들과 공유된 시간을 품고 있음을 상기시킵니다. 인간이 자연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단순히 생물학적 진리일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구와 공존하며 살아가는 태도의 기초가 됩니다.

 

 

2. 생명의 역사 : 인간이 독점할 수 없는 이야기

니나 버튼은 생명의 역사를 우주적 관점에서 바라보며, 인간의 삶이 얼마나 찰나에 불과한지를 보여줍니다.

시간에 대한 시각을 넓히면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데, 이로써 인간의 문제가 얼마나 사소한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 p.215
인류의 역사는 1초도 되지 않는 찰나에 벌어진 것이다. (우주적 관점에서 볼 때) p.216

 

이러한 시각은 인간 중심적인 사고를 벗어나게 합니다. 인간의 역사는 다른 생명체들과 분리된 것이 아니며, 오히려 그들에 의해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생명의 역사는 인간과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공유하는 것으로 인간이 독점할 수 없다. 그 역사는 셀 수 없이 많은 종과 과와 개체의 이야기로 가득하다. 그들이 아니었으면 인간의 역사도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다른 생물도 인간의 역사에 공헌을 하고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p.216

 

이처럼 버튼은 생명의 역사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인간이 자연의 주인이 아니라 그 일부라는 깨달음은, 공존을 위한 윤리적 태도의 바탕이 됩니다.

 

 

3. 공존의 본보기 : 개미와 협력의 힘

책은 개미를 통해 협력과 공존의 본질을 탐구합니다. 개미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협력하는 대표적인 생명체입니다.

개미는 협력을 통해 고등 사회로 가는 길을 닦을 수 있다는 사실을 다른 어떤 생물보다 잘 보여 준다. p.154

 

개미 사회는 인간 사회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인간이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와 협력하며 살아간다면,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인간은 여전히 생태계를 위협하며, 다음 세대로 넘어가지 못하는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너무도 심각하게 지구상의 모든 생명을 위협하고 있어서 서둘러 다음 시대로 넘어가지 않으면 안 될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는 재앙을 맞아야만 비로소 방향을 바꾸게 될까? p.222

 

이 질문은 독자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주며, 공존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스스로 고민하게 만듭니다.

 

 

4. 문학과 생물학 : 자연과의 공존을 향한 통찰

버튼은 자연과 생명의 이야기를 과학적 언어로만 풀어내지 않습니다. 그녀는 생물학적 사실에 문학적 감성을 더하며, 독자들에게 더욱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글로 쓰인 언어는 죽은 식물을 매개로 전해 내려온다. 이집트의 파피루스 위에서, 그리고 스칸디나비아의 얇게 자른 너도밤나무 위에서 말이다. 그 후에도 나무의 펄프로 만들어진 종이를 통해 수십억 개의 단어가 조상으로부터 우리에게 전달되었다. p.316

 

이 대목은 우리가 사용하는 글과 종이마저도 자연의 일부이며, 문학과 생물학이 결국 같은 뿌리에서 나왔음을 깨닫게 합니다.

어쩌면 바로 이것이 문학과 생물학이 만나는 지점이 아닐까? 따지고 보면 <문화culture>와 <경작cultivation>은 어원이 같지 않은가. p.316

 

문학과 생물학의 만남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다시 성찰하게 만드는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자연과의 공존을 향해

니나 버튼의 '살아있는 모든 것에 안부를 묻다'는 자연과 공존하는 삶의 중요성을 설득력 있게 전달합니다. 버튼은 우리가 자연과의 관계를 재정립하지 않으면, 공존이 아닌 파괴의 길로 갈 수밖에 없음을 경고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경고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생명의 감각을 되찾고 자연과 협력하며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합니다.

지구는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1천 개의 생물종과 내가 한 번도 알아듣지 못한 1천 개의 언어를 가지고 있지만 지금처럼 말 없는 만남을 주선하기도 한다. 나는 행복했다. p.336

 

이 책은 독자들에게 자연을 향한 경외심과 생명에 대한 책임감을 일깨워줍니다. 자연과 공존하는 삶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우리가 그 감각을 회복할 때, 비로소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