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도시의 일상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싶을 때, 우리는 어디로 향해야 할까요? 황보름 작가의 소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동네 작은 서점을 배경으로, 삶의 무게를 견디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작품입니다.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공간이 아닌,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고, 책을 통해 삶을 이해해나가는 장소를 그려낸 이 작품은 독자들에게 잔잔한 울림을 줍니다.
작은 서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주인공 영주가 동네의 작은 서점을 운영하며 마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영주는 대형 서점의 화려한 시스템과는 거리가 먼, 손으로 직접 메모를 적고 고객과 대화를 나누는 정겨운 방식으로 서점을 꾸려갑니다.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저마다의 고민과 상처를 품고 서점을 찾아오지만, 책과 대화는 그들에게 작은 위안을 선사합니다.
영주의 서점 운영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손님이 많지 않은 날에는 가게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하고, 때로는 "자리를 잡아야 한다"는 조언을 듣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주는 이를 단순히 "돈을 벌어야 한다"는 말로 치환하기를 거부합니다. 대신, 서점이 안정되기 위해서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한다는 점에 주목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공간을 지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승우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도 영주의 서점과 연관되어 조금씩 변화합니다. 작품 속에서 서점은 단순한 책 판매 공간이 아니라, 삶의 고민과 이야기가 스며드는 ‘사람과 책의 연결고리’로서 작용합니다.
소설이 건네는 메시지 : 책과 삶, 그리고 사람
소설의 중심에 자리 잡은 것은 "책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영주는 서점을 운영하면서 자신이 겪는 고민과 타인의 감정을 책을 통해 이해하고 받아들입니다. 작가는 이런 경험을 통해 독자들에게 소설의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소설은 영주를 자신만의 정서에서 벗어나 타인의 정서에 다가가게 해줘서 좋다. 소설 속 인물이 비통해하면 따라 비통해하고, 고통스러워하면 따라 고통스러워하고, 비장하면 영주도 따라 비장해진다. 타인의 정서를 흠뻑 받아들이고 나서 책을 덮으면 이 세상 누구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독서란 단순히 정보를 얻는 행위가 아니라, 타인의 삶과 감정을 공유하고 이해하는 창구입니다. 책은 우리를 성공이나 경쟁으로 이끄는 도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곁에 서는 법"을 알려주는 특별한 존재임을 소설은 말합니다.
책이 우리를 다른 사람들 앞이나 위에 서게 해주지 않는 거죠. 대신, 곁에 서게 도와주는 것 같아요.
작품 속에서 영주는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돈을 벌어야 한다"는 세상의 논리에 휩쓸리기보다는, "작은 경험들을 계속 정성스럽게 쌓아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결국 이거예요. 나는 어떤 일을 하면서 고민을 할 것인가. 저는 아직까지는 서점을 운영하면서 고민을 계속해보자, 하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 말은 독자들에게도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특별한 결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서점을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결이 살아 숨 쉬는 장소로 그립니다.
책을 읽는 사람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삶의 결이 휴남동 서점에서 느껴진다면, 책을 읽는 사람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이야기가 휴남동 서점에서 흘러 나간다면, 사람들도 한 번쯤 책을 펼치려 하지 않을까.
영주는 책을 읽고, 책을 소개하며, 책을 통해 타인과 연결됩니다. 그는 자신의 노력과 꾸준함을 믿으며 이렇게 다짐합니다.
살아가다가 문득 이야기가 필요해지는 시점이 올 때 사람들이 책을 찾을 수 있게끔, 영주는 계속 책을 읽고 책을 소개하며 살고 싶었다.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다음과 같은 문장을 남깁니다.
그러니까 나는 내가 읽고 싶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자기만의 속도와 방향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민하고 흔들리고 좌절하면서도 자기 자신을 믿고 기다려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작가의 이러한 의도는 책 전체에 녹아 있으며, 독자들에게 삶의 방향성과 작은 위로를 동시에 제공합니다.
마치며 : 책을 통해 만나는 삶의 따뜻한 온기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책과 사람이 서로 연결될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영주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삶에서 반드시 성공을 추구해야 한다는 강박을 내려놓고, 작은 경험들을 소중히 쌓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발견합니다.
이 소설은 단순히 책을 읽는 즐거움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책을 통해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고민을 나누고, 공감하며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잠시 쉴 시간, 생각할 시간, 여유 부릴 시간, 돌아볼 시간"을 통해 우리는 나와 주변을 다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책을 읽는 이들의 특별한 결을 느끼고 싶다면, 그리고 삶의 무게를 덜어낼 위로가 필요하다면, 휴남동 서점으로 초대합니다. 영주의 이야기 속에서 당신도 분명, 한 권의 특별한 책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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