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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로컬로 턴!: 저성장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로컬로 턴!: 저성장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성장의 끝에서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가

20세기 이후 세계 경제는 ‘성장’을 당연한 전제로 삼아왔다. 경제가 발전하려면 반드시 더 많이 생산하고, 더 많이 소비하며, 더 많이 확장해야 한다는 믿음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성장할 여력이 없다. 자원 고갈, 환경 위기, 인구 감소 등으로 인해 기존의 성장 중심 경제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등장한 개념이 바로 ‘정상(定常) 경제(Steady-State Economy)’다. 이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지만, 지속 가능한 균형을 유지하는 경제 체제를 의미한다. 정상 경제는 단순한 ‘불황’이나 ‘침체’가 아니라, 성장을 강박적으로 추구하지 않는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이다.

이 책로컬로 턴! - 저성장 시대를 건너는 법》 에서 저자는 ‘정상 경제’로의 전환이 필연적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역 기반의 소규모 경제 활동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를 ‘고아키나이(小商い, 작은 거래)’라는 개념으로 설명하며, 확장보다는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경제 모델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글에서는 정상 경제의 개념과 그 필요성, 그리고 이를 실현할 대안으로서 ‘고아키나이’가 갖는 의미와 가능성을 깊이 있게 탐구해보고자 한다.

 

 

1. 정상(定常) 경제: 성장 없는 경제, 그러나 지속 가능한 경제

우리 사회는 지금 ‘포스트 글로벌’ 상태를 보이면서 근대 이전 사회로 퇴행하고 있습니다. 어느 분야에서나 경제성장의 여지가 더는 보이지 않는데도 경제 성장을 이루려는 불가능한 꿈을 좇고 있습니다. p.31

 

‘정상 경제’는 더 이상 성장을 목표로 하지 않는 경제 체제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경제적 침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자원과 환경, 사회 구조를 고려한 지속 가능한 경제 모델을 뜻한다.

 

1) 성장하지 않는 경제는 퇴보가 아니다

우리는 흔히 경제 성장이 멈추면 사회가 후퇴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는 경제를 ‘성장 vs. 침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만 보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이 멈췄는데도 무리하게 경제성장을 시도하려는, 변하지 않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이 이 사회를 중세로 퇴행시키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 채 미쳐가고 있습니다. p.31

 

즉,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리한 성장 시도를 멈추고, 오히려 성장이 없는 상태에서도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2) 인구 감소와 자원 한계를 고려한 경제 모델

현대 경제는 ‘무한한 성장’을 기본 전제로 삼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특히 저출산·고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성장 중심의 경제 모델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지금까지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기업 활동은 ‘성장과 인구 증가’를 당연한 전제로 두고 ‘대량생산, 대량유통, 대량소비, 대량폐기’ 모델로 일관해왔습니다. 다시 말해 인구소멸 국면을 전혀 상정하지 않는다면 인구소멸이 어느 수준을 넘어서는 순간 시스템 붕괴를 면치 못할 겁니다. p.250

 

따라서 우리는 성장이 없는 경제에서도 지속 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때 저자가 말하는 것이 바로 ‘고아키나이(小商い)’이다.

 

 

2. 고아키나이:  지역 기반의 지속 가능한 경제 모델

‘고아키나이’란 단골손님과 거래처를 소중히 하면서 자기 분수에서 벗어난 사업을 무리하게 벌이지 않는 작은 가게를 말합니다. p.89

 

‘고아키나이(小商い)’는 대규모 기업 활동과는 반대되는 개념으로, 작은 경제 활동을 통해 지속 가능한 생활을 유지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는 단순한 ‘소규모 비즈니스’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와 긴밀하게 연결된 경제 모델을 의미한다.

 

1) 돈보다 관계를 중시하는 경제

현대 자본주의 경제에서는 돈이 경제 활동의 중심이 된다. 하지만 고아키나이에서는 돈이 아닌 ‘관계’가 중요한 요소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예시가 ‘가이후칸(皆富館)’이라는 교육 공동체다.

가이후칸에서는 활발한 교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돈이 개입되지 않습니다. (...) 무엇보다 그런 일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교육 공동체가 있습니다. p.67

 

이곳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자원과 기술을 서로 나누며 활동을 유지한다. 작은 공동체이지만 이는 돈 중심의 시장 경제와는 다른 방식의 지속 가능한 경제 모델을 보여준다.

 

2) 경제활동의 참된 의미: 사회적 성숙

현대 경제에서는 생산성과 수익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 하지만 저자는 경제 활동의 목적이 단순한 이윤 창출이 아니라 사회적 성숙에 있다고 강조한다.

앞서 말했듯이 인간이 경제활동을 하는 이유는 사회적 성숙을 이루는 데 있습니다. 따라서 되도록 많은 사람이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게 생산성이나 수익률, 주가보다 훨씬 더 중요합니다. p.133

 

예를 들어, 농업은 경제적 효율성만 보면 비효율적인 산업이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이 경제 활동에 참여하고 지역 공동체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농업은 생산성이 낮은 산업입니다. 하지만 ‘되도록 많은 사람을 경제활동에 끌어들여 공동 사업으로 사회적 성숙을 이끈다’는 경제 활동의 인류학적 취지에는 잘 들어맞습니다. p.141

 

즉, 고아키나이는 지역 사회의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더 많은 사람이 경제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모델이다.

 

 

성장 중심 경제를 넘어, 지속 가능한 경제로

경제 성장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성장이 멈춘 상태에서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경제의 모델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 대안으로 ‘정상(定常) 경제’와 ‘고아키나이’에 대해 설명한다.

‘정상 경제’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지만 지속 가능한 균형을 유지하는 경제 체제다. 그리고 이를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식이 바로 ‘고아키나이’다. 이는 돈 중심의 경제에서 벗어나, 지역 공동체와 관계 중심의 경제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편안한 삶을 누리는 데 필요한 조건이 돈으로 일원화되는 것은 무서운 현상입니다. p.149

 

이제 중요한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성장’이라는 환상을 좇을 것인가, 아니면 더 작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경제를 운영하는 길을 선택할 것인가?

그리고 그 해답은 단순히 경제 시스템의 변화에 있지 않다. ‘로컬은 새로운 기회가 아니라 삶의 태도이다.’ 지역 기반의 작은 경제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되어야 한다. 확장과 경쟁이 아닌 공존과 협력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확장이 아닌 지속 가능성을 고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