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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책 리뷰

세상을 바꾸는 힘, 로컬 커뮤니티: 마을에서 시작되는 전환의 힘

 

서론|왜 나는 이 책에서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을까

기후위기나 에너지 문제를 이야기할 때마다 막연한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문제의 규모는 너무 크고,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너무 작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속가능성이나 환경 이야기는 늘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피하고 싶은 주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은 위기를 경고하는 대신, 이미 어딘가에서 조용히 작동하고 있는 해답을 보여준다. 그것도 국가나 거대 기업이 아닌, 사람들이 살아가는 ‘마을’이라는 단위에서 말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변화란 멀리 있는 미래가 아니라, 오늘의 삶을 다시 바라보는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되었다.

 

세상을 바꾸는 힘, 로컬 커뮤니티: 마을에서 시작되는 전환의 힘

기다리지 않고 시작한 사람들

책의 초반부에서 저자는 토트네스 전환마을의 출발점을 소개하며 이렇게 말한다.

“정부를 기다리기에는 너무 늦고, 개인은 미약하지만, 이웃과 함께한다면 제때,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p.8

 

이 문장을 읽으며 나는 ‘함께’라는 단어에 오래 머물렀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웃과 함께라면 가능하다는 메시지는 매우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토트네스의 주민들은 완벽한 해답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었다. 다만 지금의 생활 방식이 계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했고, 자신들이 사는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실천을 선택했다. 나는 이 지점에서 전환운동이 거창한 운동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조금 틀어보는 용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상은 흘러가고, 마을에 닿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히 한 마을의 성공 사례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토트네스라는 공간 뒤에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사상적 흐름이 존재한다. 타고르에서 간디로, 다시 슈마허와 사티쉬 쿠마르로 이어지는 사유의 계보는 ‘작은 규모’와 ‘지역 공동체’라는 공통된 가치를 향하고 있다. 나는 이 흐름을 따라가며, 우리가 잊고 있던 질문 하나를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우리는 왜 끊임없이 더 크고, 더 빠르고, 더 많은 것을 추구해왔을까.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의 의미

슈마허의 사상은 이 책에서 중요한 축을 이룬다. 그는 거대한 기술과 무한한 성장을 인간과 자연을 소외시키는 폭력으로 바라보았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며 ‘효율’이라는 말이 얼마나 쉽게 인간의 감각을 지워버리는지를 떠올렸다.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며,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 안에서 노동이 이루어지는 구조는 비효율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그 안에는 관계와 책임, 그리고 삶의 감각이 남아 있다. 이 책은 그 감각을 다시 회복하자고 조용히 말하고 있었다.

 

전환운동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

토트네스 전환마을의 이야기를 읽으며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느낀 점은 성공보다 배움을 중시한다는 태도였다. 모든 마을은 조건이 다르고, 그래서 모든 전환 커뮤니티는 각자의 방식으로 실험한다. 프로젝트가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주민들은 대화하고 수정하며 다음 단계를 준비한다. 나는 이 점이 전환운동을 오래 지속하게 만드는 힘이라고 생각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는 참여의 문턱을 낮춘다.

 

미래를 상상하는 방식이 달라질 때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미래를 디스토피아가 아닌 ‘살고 싶은 공간’으로 다시 그려보자고 제안한다. 나는 이 대목을 읽으며 우리가 미래를 두려움으로만 상상해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만약 에너지 위기 이후의 삶이 더 느리고, 더 지역적이며, 더 연결된 삶이라면 그것은 꼭 나쁜 미래일까. 이 책은 상상력이야말로 전환의 출발점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세상을 바꾸는 힘, 로컬 커뮤니티: 마을에서 시작되는 전환의 힘

책을 덮으며 남은 질문

《세상을 바꾸는 힘, 로컬 커뮤니티》는 나에게 행동을 강요하지 않았다. 대신 질문을 남겼다.

천 개의 마을에는 천 개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p.140

 

나는 내가 살고 있는 곳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나는 이웃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가, 그리고 나는 어떤 미래를 상상하고 있는가.
이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세상을 바꾸겠다는 거창한 다짐을 하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서 있는 자리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을지 조금 더 진지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어쩌면 전환은 그렇게, 아주 조용하게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