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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기억과 현실의 틈에서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무라카미 하루키: 기억과 현실의 틈에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던지는 새로운 질문

무라카미 하루키는 현대 문학에서 가장 독창적인 작가 중 한 명으로, 그의 작품은 현실과 비현실이 교차하는 몽환적인 세계관을 특징으로 한다.1Q84》,노르웨이의 숲》,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등 그의 대표작들은 인간의 내면과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해왔다.

그런 하루키가 2023년 신작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발표했다. 이 작품은 1980년대에 발표된 단편을 확장하여 장편으로 재탄생한 소설로, 기존 하루키 작품과의 연계성을 지니면서도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책의 제목이 암시하듯, 이 소설은 ‘도시’와 ‘벽’이라는 두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도시는 하나의 세계이며, 벽은 그 세계를 나누는 경계선이다. 그러나 이 경계는 명확하지 않으며, 독자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하루키 특유의 세계로 빠져들게 된다.

이 글에서는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의 줄거리를 요약한 후, 핵심적인 테마와 문학적 의미를 분석하며, 이 작품이 하루키 문학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살펴보고자 한다.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의 세계로 들어가다

1. 줄거리 요약: 기억과 현실의 틈새에서

소설의 주인공은 과거 어느 시점에 ‘벽’ 안쪽의 도시를 방문한 경험이 있다. 그 도시는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그곳에서는 모든 것이 부드럽고, 조용하며, 인간의 감정마저도 희미해진다. 그곳을 떠난 후, 주인공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그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어느 날, 그는 다시 그 ‘벽’ 안쪽의 세계를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어떤 계기를 통해 다시 그곳을 찾아가야 한다는 강렬한 충동을 느낀다. 이 과정에서 그는 현실과 꿈이 겹치는 경험을 하며, 자신의 기억이 얼마나 불완전한지 깨닫는다.

소설은 이러한 ‘벽’을 넘나드는 과정 속에서 진행된다. 주인공은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 나서며,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연결하는 실마리를 발견한다.

“어떻게 하면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데?”
“그냥 원하면 돼. 하지만 무언가를 진심으로 원한다는 건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야.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 그사이 많은 것을 버려야 할지도 몰라. 너에게 소중한 것을. 그래도 포기하지 마.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려도, 도시가 사라질 일은 없으니까.” p.15

 

 

2. 주요 테마 분석

1) 불확실한 벽 - 현실과 환상의 경계

“도시는 높은 벽으로 사방이 둘러싸여 있어.” p.12

 

이 소설에서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벽’이다. 하루키는 이 벽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 의식과 무의식,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표현한다. 그러나 이 벽은 단순한 물리적 장벽이 아니다. 그것은 기억의 경계이기도 하며, 개인이 구축한 심리적 장벽일 수도 있다.

주인공이 ‘벽’을 넘어가는 과정은 단순한 모험이 아니라,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이기도 하다. 독자는 그와 함께 벽을 넘고, 경계를 허물며, 결국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자체가 얼마나 불확실한지 깨닫게 된다.

 

2) 기억과 망각 : 존재의 본질에 대한 탐구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기억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주인공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려 하지만, 그것은 희미하게 사라지고 있다. 그는 그것을 붙잡으려 하지만, 기억이란 것이 본래 불완전하고, 끊임없이 재구성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러한 기억과 망각의 주제는 하루키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반복되는 핵심 요소다. 특히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에서 등장하는 ‘기억을 잃어버린 도시’와도 연결될 수 있다.

 

3) 존재의 모호함 : 정체성의 혼란

주인공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오가며, 점점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그는 누구인가? 그의 과거는 진짜인가? 그가 떠올리는 기억은 실제로 존재했던 것인가?

이러한 질문은 독자들에게도 확장된다. 우리는 우리의 기억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는 정말 우리가 인식하는 그대로일까? 하루키는 이를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이제 알겠어? 우리는 둘 다 누군가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아." p.696

 

3. 문체와 스타일 분석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장은 간결하면서도 시적인 느낌을 준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는 특유의 담담한 어조를 유지하면서도,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묘사와 철학적 사유를 자연스럽게 녹여낸다.

특히, 하루키의 대표적인 문체적 특징인 사건을 관찰하는 듯한 서술이 이번 작품에서도 강하게 드러난다. 주인공은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인물이기보다는, 사건이 흐르는 대로 따라가며 그것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서술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직접 작품 속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하루키 작품 특유의 몰입감을 형성한다.

 

 

하루키 문학의 새로운 확장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은 단순한 스토리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철학적 탐구이자,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가운데, 하루키는 독자들에게 우리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이 작품을 읽고 난 후, 독자는 단순한 소설 이상의 무언가를 얻어갈 것이다. 기억은 불완전하며, 세계는 우리가 인식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하다. 그리고 그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벽을 넘어가야 한다.

하루키 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이 작품은 반드시 읽어야 할 작품이다. 기존의 하루키 스타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충분히 만족할 것이며, 그의 철학적 사유를 더 깊이 탐구하고 싶은 독자들에게도 강력히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서평

https://daily-recorder.com/15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 기억과 정체성의 경계를 넘나드는 철학적 탐구

무라카미 하루키의 가장 독창적인 작품무라카미 하루키는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일본 현대 문학의 거장이다. 그의 작품은 몽환적인 분위기, 재즈와 클래식 음악의 향취, 미스터리와 철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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