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교를 이해한다는 것의 의미
한국 사회에서 이슬람교는 여전히 ‘낯선 종교’로 여겨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슬람교를 직접 경험하기보다는, 미디어를 통해 접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러한 정보의 상당수가 극단적인 사례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뉴스에서는 테러와 이슬람을 동일시하는 보도를 자주 내보내고, 영화 속 무슬림 캐릭터는 대개 폭력적이거나 억압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이처럼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형성된 이슬람교의 이미지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박현도 교수는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을 집필했다. 이 책은 단순히 이슬람교를 ‘변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슬람교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우리가 먼저 갖춰야 할 ‘종교 문해력(religious literacy)’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종교 문해력이란 특정 종교에 대한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니라, 해당 종교가 형성된 역사적·사회적 배경을 이해하고, 신앙을 가진 이들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를 의미한다. 박현도 교수는 종교 문해력이 부족할 때 어떤 오해와 갈등이 발생하는지 설명하며, 이슬람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점검할 기회를 제공한다.
책은 가장 이상적인 인간으로 무슬림의 마음속에 빛나는 무함마드와, 그가 전한 이슬람을 21세기 한국이라는 시간과 공간에서 이해하려는 작업의 산물이다. 저자는 무슬림이 소중하게 여기는 무함마드가 남긴 이슬람 신앙과 종교 문화를 통해 우리가 종교 문맹을 벗어나고, 무슬림과 이웃으로서 함께 살아갈 방법을 고민하도록 돕는다.
이 서평에서는 종교 문해력을 중심으로 이 책의 주요 논점을 살펴보고, 한국 사회에서 이슬람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방향을 고민해 보고자 한다.
종교 문해력의 부족이 불러온 오해들
1. 테러와 이슬람을 동일시하는 위험한 사고방식
오늘날 서구 사회와 한국에서 이슬람을 바라보는 대표적인 편견은 바로 ‘이슬람=테러’라는 공식이다. 9·11 테러 이후 서구 미디어는 이슬람교와 폭력을 동일시하는 프레임을 구축했고, 한국 역시 이러한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하지만 이는 매우 단순화된 접근이다. 박현도 교수는 책에서 이렇게 말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이슬람을 테러와 동일시하는 사고방식이다. (…) 테러를 저지르는 무슬림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슬람이 테러를 조장하거나 장려하지 않는다. p.231
이는 기독교 근본주의자가 저지른 범죄를 기독교 전체의 문제로 확대 해석하는 것이나, 불교 신자가 저지른 폭력을 불교의 본질로 간주하는 것과 같은 오류다. 이슬람교도 내부적으로 다양한 신학적 해석과 의견 차이가 있으며, 대다수의 무슬림은 평화로운 삶을 지향한다. 그러나 종교 문해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이러한 맥락을 무시한 채, 극단적인 사례만을 강조하며 이슬람 전체를 위험한 종교로 낙인찍는다.
2. 유럽에서 확산되는 이슬라모포비아
서구 사회에서는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혐오)’가 점점 확산되고 있다. 특히 유럽에서는 이슬람교와 서구의 세속적 가치가 충돌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박현도 교수는 이러한 갈등이 발생하는 배경을 설명하며 다음과 같은 진단을 내린다.
삶이 종교요, 종교가 삶이다. 따라서 성속 분리를 기본으로 삼는 유럽인의 현대적 삶의 방식과 이슬람적 삶은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유럽의 이슬라모포비아, 즉 이슬람 혐오증은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해야 한다. p.245
이슬람교에서는 종교와 일상의 경계가 모호하다. 신앙이 단순한 개인의 내면적 믿음이 아니라, 법과 윤리, 생활 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체계이기 때문이다. 반면, 근대 서구 사회는 종교와 세속을 철저히 분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 두 가지 가치 체계가 충돌하면서, 이슬람교는 유럽에서 종종 배척의 대상이 되곤 한다.
하지만 종교 문해력이 높은 사람이라면, 이러한 차이를 무조건적인 갈등 요소로 보지 않는다. 차이를 인정하고, 공존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3. 이슬람 법과 근본주의 문제
근본주의 혹은 이슬람주의라는 용어는 서구 언론에서 자주 등장한다. 하지만 이 용어가 언제나 정확한 맥락에서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박현도 교수는 일부 무슬림이 이슬람 국가 건설을 목표로 삼지만, 정작 그들이 이슬람 법(샤리아)에 대해 제대로 교육받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근본주의 또는 이슬람주의라고 부르는 무슬림이나 조직은 무엇보다도 이슬람법이 지배하는 이슬람 국가 건설을 지향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슬람법이 구체적이지 않고 해석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슬람법을 중시하는 이들이 제대로 된 전통적인 이슬람법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이슬람법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이들이 이슬람법 구현을 목표로 한다는 사실 자체가 희극이다. p.376
이는 단순히 이슬람교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종교에서 발생하는 현상이다. 불완전한 지식에 기반하여 종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이들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따라서 특정 집단의 행동을 종교 전체의 본질로 간주하는 것은 위험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는 일이다.
종교 문해력을 키우는 것이 해결책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저자가 단순히 이슬람교를 ‘좋은 종교’로 미화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현도 교수는 이슬람교 내부에도 다양한 해석과 문제가 존재함을 인정하면서도, 우리가 종교 문해력을 키운다면 그 편견과 갈등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유대교와 이슬람교는 행위의 정결과 부정을 구별하는 법학 전통이 발전했으며, 기독교는 신학적 논의를 중심으로 발전했다. (p.217) 이러한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바로 종교 문해력이다.
종교 문해력은 특정 종교에 대한 무조건적인 찬양이 아니다. 오히려 다양한 종교적 가치와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그 종교를 신봉하는 이들의 삶을 존중하는 태도이다.
이슬람교를 ‘이해할 수 없는 위험한 종교’로 낙인찍기 전에, 먼저 우리가 가진 선입견과 편견을 점검해 보아야 한다. 이 책은 그 과정을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 되어줄 것이다.
만약 이슬람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에 대해서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불광출판사의 '종교문해력 총서' 시리즈를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다양한 종교적 전통과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것은 결국 더 넓은 시야와 성숙한 사고방식을 길러주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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